21세기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는 국가적 법과 제도, 국제 협약과 협력을 통해 대응해 왔습니다. 환경법과 국제 협약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지구 공동체가 생존을 위해 합의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실행 전략입니다. 본 글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의 대표적인 국제 협약인 파리협정,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IPCC,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중심으로 환경 거버넌스의 흐름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1. 파리협정: 지구 평균 온도 1.5도를 지켜라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한 순간이었다. 바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다. 이 협정의 핵심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목표다. 단 몇 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1.5도와 2도 사이의 간극이 수억 명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1.5도를 넘어서면 해수면 상승으로 수많은 해안 도시가 침수되고, 극한 기후가 일상화되며, 생태계 붕괴와 식량난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의 또 다른 특징은 과거 교토의정서와 달리 모든 국가가 참여한다는 점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각자 ‘국가결정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제출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구체적 의무는 자율에 맡겨져 있으며, 각국은 5년마다 목표를 갱신해 점차 강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 사회는 투명성 체계를 통해 이행 상황을 검증하며,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감축 속도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석탄발전 의존도, 교통·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 등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은 기후위기에 맞선 지구 공동의 최소한의 약속이며, 국제 협력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국 파리협정은 단순한 외교적 문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지침서이다. 지금 우리가 1.5도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는, 국제 사회가 얼마나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2. IPCC: 과학이 말하는 기후변화의 현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1988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구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과 그 영향, 그리고 대응 방안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IPCC는 스스로 연구를 수행하지 않고, 전 세계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논문과 자료를 종합해 정책 결정자들에게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보고서를 제공한다. 즉,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컨센서스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핵심 기구다. IPCC 보고서의 가장 큰 의미는 과학적 증거 기반이라는 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국가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최신 과학 연구를 집대성해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2021년에 발표된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1도 상승했으며, 인류의 활동이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임이 ‘명백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해수면 상승, 빙하 융해, 극한 기상현상 증가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현실임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한 미래 시나리오에 따라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즉,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면 21세기말에는 3도 이상 상승할 수 있지만, 강력한 감축 정책을 시행하면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국 정부가 기후정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된다. IPCC의 역할은 단순히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농업, 보건, 경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적응(adaptation)과 완화(mitigation) 전략을 제시한다. 이러한 내용은 국제 협약인 파리협정이나 각국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설계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결국 IPCC는 과학이 말하는 기후변화의 ‘현실’과 ‘미래’를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그러나 그 나침반이 제시하는 방향을 따를지는 각국의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행동에 달려 있다. 과학은 이미 충분히 말했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행동이라는 점이 IPCC 보고서의 가장 큰 메시지다.
3.SDGs: 지속가능발전목표로 본 환경의 자리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인류 공동의 비전으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과제를 담고 있다. 이는 빈곤 퇴치와 불평등 해소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의 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을 포괄하는 전 지구적 행동 강령이다. 특히 환경은 SDGs에서 단독 목표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모든 목표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한다. SDGs의 환경 관련 주요 목표를 살펴보면, 목표 13 ‘기후행동’(Climate Action)은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강조한다. 목표 14 ‘해양생태계 보전’(Life Below Water)은 바다 산성화, 해양오염, 남획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둔다. 목표 15 ‘육상생태계 보전’(Life on Land)은 산림 관리, 사막화 방지,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SDGs는 환경을 단순히 보존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사회·경제적 의제와 긴밀히 연결해 접근하고 있다. 또한 SDGs는 국가별 상황과 능력에 따라 달성 전략을 수립하도록 유연성을 부여하면서도, 모든 나라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함을 강조한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재정과 기술을 지원해 환경 목표 달성을 돕도록 규정했으며, 이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의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도 SDGs 이행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표를 마련하고,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해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을 중심에 둔 SDGs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경제·사회·환경을 아우르는 균형적 발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환경이 뒷전으로 밀린 발전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 결국 SDGs가 제시하는 길은 ‘사람과 지구가 함께 번영하는 미래’이며, 이를 위해 전 세계가 공동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